복지

기본소득제 도입과 노동조합 폐지

역사회복 2010. 2. 23. 05:41

(2010.2.1. 오마이뉴스)

 

맬더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생산력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그 당시 그것은 진리였다. 맬더스 뿐만 아니라 월러스와 다윈의 영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가 생존을 위해 투쟁해서 적자만이 생존할 것이란 사실을 모든 사회이론은 전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공산주의를 반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논리였다. 인구를 줄일 수 없다면 공산주의도 늘어난 사람들간 생존을 위한 투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자들이 비참한 노동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노조였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누가 적자로서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방임이다. 자본의 독점화에 대항하여 노동 공급자도 독점으로 대항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모두를 먹여 살릴 수는 없으므로 알아서 싸워서 살아남으란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말로 부끄럽지만 맬더스의 인구론이 아직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인구가 생산력보다 빨리 늘어나고 있는가? 우리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생산력은 인구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인구보다 생산력이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수요가 적으니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주장한 케인즈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 아닌가?

 

원래부터 노동조합은 불완전한 해결책이었다. 정부가 발뺌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단결할 수 없는 사람은 죽어도 그것은 정부에게는 그 자신의 문제일 뿐이었다. 시장경제라는 생존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열성 유전인자의 소멸일 뿐이고 진화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었다.

 

생산력이 인구보다 더 빨리 늘어난다면 자원의 희소성을 가정한 모든 논의는 폐기되어야 하지 않는가? 시장이 생산한 것 중 일부를 시장에서 낙오하였거나 시장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쓴다면 노동조합은 불필요한 것 아닌가? 노동조합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한가? 노조의 힘이 세진다면 우리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가? 노조가 해결책이라면 우리는 왜 번 돈의 대부분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가? 노동조합이 해결책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육에 목숨 걸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머리는 교육을 통해 내 아이만큼은 다른 아이들을 누르고 시장에 적응한 사람으로 만들 욕심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가?

 

노동조합은 해결책이 아니다. 노동자의 국제간 연대는 허상일 뿐이다. 지구화된 자본에 대해 노동자들은 국경을 나눠서 서로 일자리 뺏기 싸움을 하고 있다. 국제간 연대가 이루어져도 노동조합은 해결책이 아니다. 더 쉬운 기본소득제가 있는데 왜 자본과 노동이 싸움해야 하는가? 노동조합이 해결해주지 않는 이들의 생존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특히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더욱더 해결책이 아니다. 노동귀족들만이 노동자이고 비정규직과 노동시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배제되는 젊은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귀족들은 비정규직과 젊은이들은 죽어도 되고 제 아들만 노동조합에 넣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은 인간의 존엄성을 비참하게 만든다. 싫다는데 매달리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인가? 보기 싫다고 나가라 할 때 그럼 너 죽는 수가 있어 협박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인가? 자본에 자본의 자유를 주고 노동자는 존엄한 방식으로 생존을 확보하면 된다. 치사하게 자본에 매달리거나 자본을 협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혼인해서 아이를 둘 이상만 낳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아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생존을 위해 구걸할 필요가 없다. 생산활동을 위한 노동은 많은 돈을 원하거나 생산활동이 취미인 사람이 하면 된다.

 

방향은 확실하다. 기본소득제로 생존을 확보하고 노동조합을 없애고 기본소득제가 있으면 불필요한 다른 복지제도를 없애야 한다. 노동조합과 현재의 모든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기본소득제를 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 이들의 어리석은 주장이 실현된다면 자본은 모두 한국을 떠날 것이고 이 땅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하다. 기본소득제가 시행되어도 노동은 충분히 공급된다. 우리의 체면문화는 더욱 성공가능성을 높인다. 우리는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성공해서 뻐기고 싶어하는 것이 강한 사람들 아닌가? 큰 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남들로부터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하지 말라고 해도 일한다. 노동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을 약간 줄이면 된다. 기본소득의 양 조절을 통해 노동공급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자본은 노조가 없어진다면 약간의 세율 증가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다면 천문학적 교육투자로 축적된 질 높은 노동을 활용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이 몰려들 것이다. 연금이나 사회보험이 없어지므로 기업의 부담증가는 크지 않다. 근로장녀세나 기초생할보장제도 등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이 사라지게 되므로 행정비용도 많이 감소한다. 가구의 10% 정도에게 문화적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택을 정부가 지급한다면 기본소득은 높지 않아도 된다. 주택은 가구의 10%에만 주어도 주택 수요를 감소시켜 나머지 가구도 값싸고 질 좋은 주거를 갖게 될 것이다. 정부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 점진적으로 정부주택의 공급을 늘리면 될 것이다.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된다. 모든 사회문제의 근본원인은 경제문제인데 기본소득제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생존문제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도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가 간이 안 좋아 황달이 생겼는데 현재는 얼굴색을 돌리고자 색소를 먹여 간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과외 평준화 경쟁 등등에 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도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괴롭다. 좌파가 주장하듯이 경쟁을 없애는 교육정책을 도입해도 경쟁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시장에서 낙오되어 생존이 위협받지 않을까 염려하여 아이를 공부시키고 있는데 석차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경쟁이 사라지는가? 생존문제가 해결되면 아이들을 뛰놀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할 것이다. 시장에서의 성공이 아닌 참된 인간으로서의 성공을 위해 공부할 것이다. 항산이 있으므로 항심이 있게 된다. 기본소득제로 생계형 범죄가 사라지게 되고, 세상이 따뜻해지고, 사이코패스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도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지금은 법보다 떼법이 힘이 세다. 우리 모두가 위법이더라도 먹고 살라고 그런 것이라면 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독일사람들이 보여주었듯이 시장이 주는 불안은 정신을 병들게 하여 사람을 자유로부터 도망가게 한다. 노조도 시장의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가 잘 실증하고 있다. 노조의 힘이 강해졌어도 노조 이외의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백수나 비정규직으로 희망없이 살아가고 있다. 범죄율도 높고 자살률도 높다. 우리의 불안은 아이들에 투사되어 아이들을 공부로 고문하고 있다. 아무리 많이 고문해도 아이들의 장래나 우리 자신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위험회피자이고 롤스의 정의론을 받아들인다면 기본소득제가 가장 정의로운 대안이고 기본소득제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어 우리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