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九州) 복강시(福岡市) 원강고분군(元岡古墳群) G-6호분에서 2011년 9월 7일 명문이 새겨진 칼이 발견되었다. 경인명도 명문의 판독에 마지막 글자를 제외하고는 큰 이견은 없다. 즉 일반적으로 “大歲庚寅正月六日庚寅日時作刀凡十二果練”으로 판독하는데, 마지막 자는 ‘練’ 외에도 ‘錬’, ‘湅’ 등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 글자의 의미가 비슷하여 판독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거의 없다. 즉 경인명도 명문은 그 해석만이 문제되고 있다. 연민수는 12가 동양에서 완결성을 의미하는 수라고 주장하면서 “경인해 정월 경인날에 쇠를 잘 단련해 이 칼을 만들었다”고 해석한다. 연민수의 해석에 의하면 凡은 내용상 어울리지 않는 글자가 된다. 연민수처럼 해석하려면 凡을 ‘무릇’으로 보아야 하는데, ‘무릇’과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어울릴 수 없다. 그래서 연민수는 凡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12를 12개의 의미로 보아 “경인해 정월 경인날에 칼을 만들었는데 모두 12자루이다”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果가 칼을 세는 단위로 사용된 예를 찾을 수 없으며, 하사품의 성격상 만든 물품의 총 수량을 받는 사람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
이 칼은 위덕왕이 570년 열도의 관료에게 하사한 칼이다. 그런데 위덕왕은 출가할 마음을 먹었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한 왕이었다. 따라서 명문에 불교적 사고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명문을 “大歲庚寅正月六日庚寅日時作刀凡十二果鍊”으로 보고 ‘十二果’를 ‘十二因果’의 줄임말로 보아 “경인년 1월 6일 경인일에 맞추어 만든 이 칼은 모든 12 인과를 없앤다”로 해석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경인명도 명문은 칼의 베는 속성을 인과의 고뇌를 끊고 해탈하는 의미로 승화시키는 뛰어난 문장이 된다. 기존 해석은 아무 의미 없는 언급에 불과하므로 명문의 의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칼은 원래 부하에 대한 하사품이지만, 경인명도의 명문은 경인명도가 부하에 대한 하사품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외교적 고려 하에 주는 칼에는 외교적인 수사가 기록되어야 하는데, 경인명도에는 증여자인 위덕왕의 사상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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