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철거 조건의 토지 양도시 건물 대가 명목의 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문제
1. 서
어떤 토지에 건물이 있는데 양수자가 토지만을 필요로 하는 경우 양도자가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이전의 대가는 토지의 평가액과 건물의 평가액을 더한 금액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협의취득시 이러한 형식의 계약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현재의 실무에 의하면 건물이 실제 이전되지는 않았지만 양도된 것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무는 소득세법상 양도의 개념에 명백히 배치되고, 세액을 부당하게 감소시키거나 납세자에게 부당한 과세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이 글에선 현 관행의 문제점을 살피고 새로운 과세방식을 제시한다.
2. 현재 과세방식의 문제점
(1)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가능성
기존 실무는 건물이 양도되어 양수자가 철거하는 것과 양도자가 철거하고 건물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즉 철거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것도 양도되지는 않았지만 양도와 실질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는 두 가지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실질이 동일한가의 의문이 있다. 토지와 건물을 양도하는 것과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만 양도하는 것은 거래의 실질내용이 동일하지 않다. 과세상의 필요에 의해 납세자의 계약을 왜곡할 수는 없다. 건물철거 조건 계약의 경우 양수자는 건물 없는 토지를 필요로 하고, 양도자는 건물 가격을 쳐주면 건물 허물고 토지만 팔겠다고 한 것이다. 이 계약에서 거래된 것은 토지뿐이다. 건물의 양도는 없다. 양도란 어떤 자산의 이전이 있어야 하므로 건물의 이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실질이 다르다. 만약 실질이 동일하다고 본다면 부가가치세법과 불일치가 발생한다. 부가가치세법은 철거조건이 있는 경우 건물 가액 명목의 대가를 받더라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과 소득세법상 자산의 양도를 달리 볼 근거가 무엇인가? 소득세법상 자산의 양도가 있었는데 왜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은 없는가?
토지보상법상 수용(토지보상법 제4장)과 협의(토지보상법 제3장)는 구별된다. 전자는 행정처분이고 후자는 계약이다. 토지보상법상 협의는 민사계약과 차이가 없다. 수용시 토지와 건물은 별도로 보상되고 건물보상도 양도로 인정된다. 그러나 철거조건이 있는 협의에 의하는 경우에 이전되는 것은 토지뿐이다. 수용에 의하는 경우 건물가격이 별도로 보상된다고 하여 협의도 수용과 같이 건물이 별도로 이전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협의는 협의의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이전되는 것을 판단하여야 한다. 건물을 철거하는 조건이 있다면 이전되는 것은 토지뿐이다. 없어진 건물은 형식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양수자에게 이전되거나 넘겨질 수 없다.
기존의 실무는 건물이 거래과정에서 평가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양도소득이라 가정하지만 평가하고 건물을 이전하는 것과 평가액을 토지평가액에 더하여 지급하고 건물을 없애는 것은 같지 않다. 양도자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로 파는 것과 건물을 철거하고 나대지 상태로 파는 것을 비교하여 유리한 방법을 택한다. 건물철거 조건을 붙였다면 양도자와 양수자 모두 건물을 철거하여 없애버리고 나대지 상태의 토지만 거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자의 합의에 건물의 거래는 없다. 건물평가액을 거래시 고려하더라도 양도자 양수자 모두 그것을 건물 없는 토지로 만들기 위한 비용으로 고려하고 있지 건물 거래의 대가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도대체 건물의 양수자가 없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없고 양도소득세도 과세할 수 없다.
둘째,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범위로 볼 수 있는가의 의문이 있다. 첫째 의문에서 양보하여 실질이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실질이 동일하면 항상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실질과세원칙은 형식과 실질이 달라 조세의 공평성이 침해되는 경우 적용되는 원칙이다. 형식대로 과세해도 조세의 공평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실질과세원칙은 출동할 필요가 없다. 조세법에서 불분명한 원칙이 먼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법령이 먼저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거 조건으로 건물의 대가를 받더라도 이전되는 것은 토지이므로 건물 가액 명목의 대가는 결국 토지 양도가액의 일부일 뿐이다. 건물이 없는 토지가 거래되었고, 그 토지의 이전에 대해 대가가 지급되었으므로, 토지 대가의 산정에 어떤 방식이 적용되었건 거래의 대가는 결국 토지의 대가로 볼 수 있고 이렇게 토지의 대가로 보아 과세하여도 조세의 공평성은 침해되지 않는다. 만약 납세자가 이러한 과세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보면 건물을 허물지 않고 거래하면 된다. 따라서 납세자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 형식에 의한 과세가 공평성도 있고 납세자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면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이유가 없다.
(2) 납세자의 권리 침해 등 현실적 문제점
토지와 건물을 양도할 때 양도가액이 같다면 양도자는 건물이 있는 토지로 팔 수도 있고 건물을 허물고 토지 상태로 팔 수도 있다. 이는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이를 불법적인 조세회피행위로 볼 수는 없다. 현재의 과세방식은 철거조건이 있어도 건물이 양도되었다고 의제하므로, 철거조건을 부가하여 토지 상태로 양도하려는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
주택 여부나 주택의 수에 따라 과세에 차이가 있고 주택 여부나 주택의 수는 양도일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데 현재의 과세방식은 철거조건에 따라 양도자가 주택을 철거 후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에도 주택이 양도된 것으로 보므로 주택 여부나 주택의 수 판정 기준일과 모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토지보상법상 협의취득시 양도자는 철거조건을 계약내용으로 부가하여 건물이 공급되지 않았다고 인정받게 되고 결국 부가가치세를 회피하게 된다. 현재의 양도소득세 과세방식에 의하면 양도소득세 계산시에는 토지와 건물이 함께 양도된 것으로 인정되어 토지만 양도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보다 양도소득세도 더 적게 낸다. 즉 현재의 과세방식은 일관성을 상실하여 양도자를 지나치게 유리하게 만들어 조세의 공평성을 침해하고 있다.
3. 새로운 과세방식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재의 과세방식은 불공평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며 주택 여부나 주택 수의 판정과 관련하여 모순된 결과를 야기하므로 유지될 수 없는 과세방식이다. 새로운 과세방식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양수자는 토지를 원하였고 양도자도 양수자의 의도를 잘 알아 건물이 없는 토지의 상태로 만들어 토지를 이전하고 토지의 이전과 관련하여 대가를 받았으므로 토지만이 거래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면 될 것이다. 건물가액이 거래시 고려된 것은 토지가액을 협상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만약 건물을 철거하였어도 양도자가 토지를 넘기지 않는다면 양수자는 계약시 합의된 건물가액을 지급할 리 없다. 건물가액은 형식일 뿐이고 실질은 토지가액에 불과하다.
건물은 거래된 바가 없다. 건물의 구입이나 신축비용 또는 철거비용은 토지에 대한 과세와 무관하므로 고려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건물은 양도자가 사용하다 철거하여 사라진 것이므로 양도소득세 과세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다만,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 우는 별도의 검토를 요한다. 토지의 양수자가 건물의 철거를 조건으로 건물 소유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도 건물의 거래는 없다. 건물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있을 수 없지만 다른 방식의 과세는 가능하다. 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권리가 없어 건물을 철거해야 함에도 토지양수자가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건물소유자에게 건물 평가액이나 일정 금액을 지불하였다면 이는 사례금으로서 기타소득으로 과세되어야 할 것이다. 건물의 소유자가 지상권 전세권 등기된 임차권이 있었다면 건물 철거하면서 지상권 등을 토지소유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보아 지상권 등의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어야 할 것이다.
건물의 양도가 없음에도 양도를 의제한 기존의 관행은 아마 기준시가 과세방식에 따른 필연적 결과였을 것이다. 즉 건물철거 조건을 첨부하는 경우 이 글의 주장에 의하면 토지의 기준시가로 과세해야 하는데 공시지가는 토지이용상황을 반영하여 결정되므로 건물이 없는 나대지의 토지 공시지가가 있을 수 없어 과세상 어려움이 있고 기존의 공시지가에 의하여 과세하면 건물이 이전되어 양수자가 바로 철거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불공평하게 되므로, 건물철거 조건이 있더라도 토지와 건물이 함께 양도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여 과세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기준시가 원칙의 과세방식은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과세방식으로 변화되었다. 양도소득세 과세의 기본조건이 변화되었으므로 과거의 관행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실지거래가액에 의하면 나대지의 공시지가가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 과세상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없으며 건물을 철거하지 않는 거래와 비교하여 불공평한 결과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건물양도를 의제하는 실익이 전혀 없고, 이 글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문제점만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기준시가 등의 추계액에 의해 과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과거와 같이 건물의 양도를 의제하는 방법을 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건물 양도를 의제하지 않고 단지 추계액의 계산에서 적정한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기준시가에 의해 과세하는 경우 건물 없는 상태의 공시지가는 평가된 적이 없으므로 토지만 양도된다고 보아도 건물이 있는 상태에서 평가된 기존 공시지가를 사용하여 과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시지가가 없다고 본다면 기존의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기준시가의 합산액을 나대지 양도의 추계액으로 보아 과세하여야 할 것이다. 토지 양도가액 산정시 토지와 건물이 함께 평가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도 없는데 법상의 근거도 없이 거래가 있었다고 의제하기 보다는 토지의 거래만 인정하고 단지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양도가액을 추계하는 것이 더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한 방식일 것이다.
4. 맺음말
토지보상법은 토지와 건물을 현 상태에서 수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토지와 건물이 양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자와 수용자가 협의하여 철거조건이 첨부된 계약에 따라 토지를 양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물의 공급이 없다고 인정되어 양도자는 부가가치세를 회피한다. 이러한 부가가치세 회피행위는 정당한 절세행위이므로 과세당국이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철거조건이 다른 세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는 있다. 이 글에서 주장된 과세방식에 의하면 철거조건으로 인해 양도소득세를 더 징수할 수 있다. 또 양수자가 계약내용과 달리 실제 철거비용을 부담한다면 접대비 시부인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납세자의 절세행위에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고 납세자의 절세행위로 인한 세수 증대의 가능성이 발생한다면 이를 놓치지 않고 과세하는 것도 국세청의 해야 할 역할이다.
변화에 휘둘리지 말고 먼저 대응해야 한다. 의제조항도 없는데 없어진 건물이 양도되었다고 하여 과세하는 것은 기준시가 과세방식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현재는 법에 어긋나는 과세일 뿐이다 만약 중요사건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되면 변호사들은 국세청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것이고 결국엔 국세청은 상처를 입고 국민은 국세청을 불신할 것이며 과세상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실지거래 과세방식에 걸맞은 양도세 행정을 시급히 구축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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