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의 위헌성 검토

역사회복 2010. 2. 23. 05:16

(국세 통권 제498호, 2008년 8월)


 

 


1. 외부 세무조정 강제조항


법인세법 제60조 제4항과 소득세법 제70조 제4항은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하지 않으면 무신고로 의제하고 있고, 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제7항과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제1항(이하 ‘위헌의심조항’이라 한다)은 국세청장이 정하는 납세자의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가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장에 의해 외부 세무조정 대상으로 규정된 경우, 납세자가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더라도 납세자가 세무사 자격이 없다면 무신고 관련 제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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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법 제60조 (과세표준등의 신고)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에 있어서는 그 신고서에 다음 각호의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1. 기업회계기준을 준용하여 작성한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

2.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이하 "세무조정계산서"라 한다)

3.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류

④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에 있어서 그 신고서에 제2항제1호 및 제2호의 서류를 첨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를 이 법에 의한 신고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제3조제2항제1호 및 제6호의 규정에 의한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아니하는 비영리내국법인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과세표준의 신고)

⑦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세청장이 정하는 법인의 경우 법 제60조제2항제2호의 규정에 의한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세무사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세무사인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작성하여야 한다.


소득세법 제70조 (종합소득 과세표준확정신고)

④종합소득과세표준확정신고에 있어서는 그 신고서에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60조제3항의 규정에 따른 복식부기의무자(이하 "복식부기의무자"라 한다)가 제3호의 규정에 따른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종합소득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2. 종합소득금액의 계산의 기초가 된 총수입금액과 필요경비의 계산에 필요한 서류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3. 부동산임대소득금액 또는 사업소득금액을 제160조 및 제161조의 규정에 의하여 비치․기장된 장부와 증빙서류에 의하여 계산한 경우에는 기업회계기준을 준용하여 작성한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와 그 부속서류 및 합계잔액시산표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조정계산서. 다만, 제160조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장을 한 사업자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간편장부소득금액계산서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조정계산서) ①법 제70조제4항제3호에 규정하는 조정계산서는 사업자가 비치․기장한 장부 또는 증빙서류에 의하여 작성하되, 국세청장이 성실한 납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세무사(「세무사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세무사인 공인회계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작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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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무조정과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의 의미


세무조정이란 기업회계로 기록된 장부로부터 세법상 익금과 손금을 구하여 법인세나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소득금액)을 구하는 것이다. 세무조정은 단순한 사실행위로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한 내부적 계산과정일 뿐이다. 세무조정계산서가 정확하더라도 조정대상이 된 기업회계 장부가 부실하다면 그 세무신고는 성실신고가 될 수 없다. 사실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정확히 세금을 계산하여 신고납부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세법이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회계 장부에서 세법에 따라 과세표준을 적절히 계산하였는가를 검토하기 위해서이다. 어떻든 세무조정은 납세자의 납세의무 이행행위의 한 부분으로 납세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세금계산행위일 뿐이다.


신고납세제도는 납세자가 스스로 세금을 계산하여 납부하는 제도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신고납부하는 세금이므로 납세자 스스로 세금을 계산하여 납부할 수 있다. 그런데 위헌의심조항은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라는 명목으로 외부 세무조정 강제대상 납세자를 국세청장이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외부 세무조정 대상으로 지정된 납세자는 스스로 세금계산을 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 세금을 계산하여 납부하더라도 무신고로 의제된다. 외부 세무조정 대상으로 지정되면 세무사에게 세금신고를 대리시켜야만 한다.



3. 외부 세무조정 강제의 위헌성


조세법의 기본원리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가 제시되고 있다.1)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 법치주의와의 관계상 조세법의 목적이나 그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의 원칙들에 합치할 것까지도 요구하는 것이다.2) 조세법률주의는 조세법규 전제를 지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념이고 조세평등주의는 조세법률주의의 내포를 풍부하게 하면서 납세자의 권리보호라는 조세법률주의의 실질적인 이념을 실현하는 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3)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의를 기준으로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를 검토하면,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평등권 재산권 인격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


(1) 자기책임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이와 같이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볼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4)


헌법재판소는 먼저 자기책임의 원리가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한다고 한다. 신고납세제도에선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조세채무를 확정짓고, 신고가 없거나 신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과세관청의 결정 또는 경정에 의하여 세액을 확정하게 된다.5) 자기책임의 원리상 신고납세제도에서는 납세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한 신고를 하였을 때 납세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그런데 위헌의심조항은 국세청장이 지정한 납세자는 외부 세무조정을 하여야 신고로 인정된다고 하여 납세자로부터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다. 위헌의심조항이 제시하는 외부 세무조정 강제의 사유는 국세청장이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이다. 정확한 세무조정이나 성실한 납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과 납세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한 신고를 했다는 것 사이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위헌의심조항에 의하면 불성실한 세무신고를 할 것이라 국세청장이 의심하기만 하면 납세자는 외부 세무조정 강제대상으로 될 수 있다. 국세청장으로부터 의심받으면 성실한 신고를 하려는 납세자도 스스로 세무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위헌의심조항은 책임을 부담시킬 어떤 사유도 없는 성실한 납세자에게 신고능력 박탈이라는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한다.


헌법재판소는 다음으로 자기책임의 원리가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고 한다. 무신고나 불성실 신고를 한 납세자에게는 가산세 등 세법이 정하는 여러 불이익이라는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고 이러한 책임추궁은 불성실신고와 적절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헌의심조항에 의하면 불성실한 신고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고납세제도의 대전제인 납세자의 신고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자기책임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위헌의심조항의 논리적 근거는 불성실신고를 할 것이라 의심되는 자는 외부인인 세무사가 신고를 대리하도록 하여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불성실한 신고를 통제하고 성실한 신고를 유도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다. 따라서 위헌의심조항은 논리적 근거부터 자기책임원칙을 위배한다고 볼 수 있다.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는 일은 국가의 일인데 위헌의심조항은 납세자의 부담으로 세무사가 신고를 대행하도록 하여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납세자의 책임영역이 아닌 불성실 신고의 통제나 성실신고의 유도를 납세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헌의심조항의 논리적 근거 자체도 매우 의심스럽다. 세무사가 대리신고한다고 하여 신고성실도가 높아지리라는 가정은 현실적 타당성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외부 세무조정은 건축사나 회계사 등의 용역 사용을 강제하는 제도와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집을 지으려는 사람에 꼭 건축사의 설계도를 사용하라 의무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집이 잘못 지어져 타인에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 위험을 주는 건축물을 짓지 않아야 하는 것은 건축주 자신의 일이고, 그러한 규제의 수혜자인 타인은 국가가 아닌 국민이다. 집 짓는 사람이 위험한 집을 짓지 않아야 하는 것은 타인 즉 다른 국민들과의 관계에서 자기의 일이다. 집 짓는 사람 자기의 일이기 때문에 국가는 자기 일 잘 하라고 건축사의 용역 사용을 강제할 수 있다. 주식회사와 일반 국민과의 관계에서 주식회사 장부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일이다. 투자자 채권자 거래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에게 자신의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일이다. 주식회사의 일이므로 주식회사에 외부감사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무과실책임이나 위험책임도 자기와의 관련성이 어느 정도는 있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을 부과하게 된다.


조세관계는 국가와 납세자 사이의 관계이다. 세무신고는 납세자의 일이다. 그 신고를 검토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다. 국세청장이 불성실신고의 우려가 있다고 느끼면 국세청장은 자신의 우려를 납세자의 신고서 검토업무에 활용하면 된다. 불성실신고가 확인되면 국세청장은 세법상의 제재를 부과하여 성실한 신고를 유도하면 된다. 자신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납세자와 세무사에 떠넘길 수 없다. 세무사가 신고를 대리한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성실신고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고 볼 근거도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원천징수제도는 국가의 일을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부여한 측면이 있으나, 단순히 징수방법상의 특례이고 제도의 효율성 합리성에 비추어 충분히 수용가능한 제도이다. 원천징수의무자의 경우는 소득의 지급자라는 관련성이 있고, 의무의 수행 측면에서도 단지 지급을 유보하고 국가에 납부하기만 하면 되므로 책임부담의 한계 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는 책임부담의 근거도 없고 책임부담의 한계도 일탈하여 자기책임의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제도이다.


(2) 평등권, 재산권, 인격권


위헌의심조항은 국세청장이 우려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만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외부 세무조정을 강제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외부 세무조정 대상이 된 납세자는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세무사의 용역을 구매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국민의 기본의무조차 스스로 이행할 수 없게 되어 인격권을 침해당한다.



4. 결


외부 세무조정 강제제도는 단순히 세무대리인의 수입확보를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외부조정강제가 신고성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적, 실증적 근거도 없다. 사인인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입장보다는 국가의 입장을 더 대변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 더구나 비용의 부담자가 납세자이므로 세무대리인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고객확보를 위해 성실신고보다는 부실신고를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 납세자도 외부 세무조정의 추가적 비용을 고려하여 세무대리인에게 불성실신고를 원할 수 있다. 외부조정강제는 성실신고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


국가는 국가의 재정적 기초를 유지시켜주는 납세자에겐 더욱 겸손하고 공손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적 의무조차 스스로 이행할 수 없게 만들어서 부당한 지출을 강요하는 것은 납세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이다. 국세청은 항상 납세자에 대한 친절과 봉사를 강조한다. 말로만 하는 친절과 공손을 떠나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납세자에게 봉사하고 납세자를 존중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외부 세무조정 강제조항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




1) 임승순 「조세법(2005)」, pp. 28-48.


 

2) 권영성 「헌법학원론(2000)」, p. 662.


 

3) 임승순 「조세법(2005)」, p. 42.


 

4) 헌재 2004.06.24, 2002헌가27, 판례집 제16권 1집 , 706, 715-715


 

5) 임승순 「조세법(2005)」, p. 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