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과세처분개념의 재정립을 통한 조세쟁송 관련 제문제의 해결

역사회복 2010. 2. 23. 05:08

 

(법조 제57권 제3호 통권 제618호, 2008년 3월)

 

 

1. 서

 

통설과 판례는 하나의 과세단위는 하나의 과세처분이고 이는 하나의 소송물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과세단위는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말한다.1) 통설과 판례는 하나의 과세단위가 하나의 과세처분이라는 것과 행정소송의 소송물은 처분의 위법성 일반이라는 것을 결합하여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과세단위를 기준으로 처분세액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라고 한다.2)

 

그러나 과세단위를 과세처분으로 보는 태도는 소송물 개념을 혼란시켜 조세소송의 기본틀을 파괴하고 세제의 집행에도 막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과세단위와 과세처분은 구분되며 올바른 과세처분 개념에 의할 때 기존의 소송물 개념을 둘러싼 여러 혼란은 해결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2. 과세단위는 과세처분이 아니다

 

처분은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 행하는 권력적 단독행위라 정의된다.3) 행정소송법도 처분을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 정의하고 있다. 즉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행위라는 개념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세처분의 개념에 관해서 통설과 판례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행위라는 필수요소를 제거하고 이를 단순히 형식적인 개념인 과세단위로 치환시키고 있다. 통설은 과세단위로 세목, 과세기간, 장소, 소득원천 등을 제시한다.4) 통설과 판례에 의하면, 예를 들어 00사업연도 법인세나 00년 00월 00일의 상속에 대한 상속세가 과세단위가 되고 과세처분이 되고 소송물이 된다.

 

과세단위는 조세채무의 성립과 확정시기를 정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이다. 모든 거래시마다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소득이 발생할 것이지만 거래마다 조세채무를 확정시켜 조세를 납부하게 할 수는 없다.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와 같이 계속적인 거래와 관련된 조세는 어떤 기간을 단위로 조세채무를 성립 확정시켜 조세납부의 편의를 도모하게 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와 같이 어떤 사건과 관련한 조세는 사건별로 조세채무를 성립 확정시켜도 별 문제가 없다. 과세단위는 조세채무를 확정시켜 납부나 징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순수한 기술적 도구이다. 과세단위와 ‘구체적 사실에 관한’ 이라는 개념은 어떤 연관도 없다. 00사업연도 법인세는 00사업연도에 그 법인이 행한 모든 구체적 거래와 관련된다. 00사업연도에 어떤 법인이 매출을 누락한 것을 발견하여 행정청이 행한 과세처분은 그 매출누락 사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추가적인 납세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 매출누락 이외의 사실과는 어떤 관련도 없다.

 

행정청이 과세자료를 수집한 결과 어떤 법인의 매출누락 사실을 발견하여 00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얼마 후 행정청은 그 법인에 대해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업무무관비용이 손금으로 산입된 사실을 발견하여 00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두 처분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 통설과 판례는 두 처분이 00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이라는 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하여 두 처분을 같은 처분으로 보고 소송물 개념을 논하고 흡수설이니 병존설이니를 이야기한다.

 

처분은 사실에 대한 행정청의 법적 판단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과세단위는 행정청의 판단과는 무관하며 조세의 징수와 납부의 편의를 위해 세법에서 이미 규정되어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옷을 입었다고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세단위는 과세처분이 입는 옷(형식)일 뿐이다. 과세처분이 같은 옷을 입었더라도 그것과 관련된 구체적 사실이 다른 경우 행정청의 판단도 다르므로 다른 처분이라 보아야 한다. 행정청이 어떤 토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거부하였다. 건축허가 관련법에 변동이 없었는데 몇 년 후 같은 소유자가 같은 토지에 대해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였는데 행정청은 이를 거부하였다. 두 개의 건축허가 거부처분은 다르다. 각 거부처분의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거부처분은 처분 시점의 사실관계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므로 다른 처분이다. 판례도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신청에 대하여 다시 거절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새로운 거부처분이 있는 것으로 본다.5)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다. 구체적 사실이 달라지면 처분의 외형이 똑같아도 다른 처분이 된다. 통설과 판례는 과세단위와 처분을 혼동하여 같은 과세단위에 대해선 하나의 처분만 존재한다는 오류를 범하여 조세소송을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

 

통설과 판례도 조세처분 이외의 처분에 대해선 구체적 사실이 달라지면 다른 처분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조세처분에 대해선 구체적 사실을 던져버리고 과세단위라는 구체적 사실과 무관한 개념을 과세처분의 요소로 받아들였을까? 통설과 판례가 왜 이런 오류를 범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가능한 오해의 원인을 검토하여 통설과 판례의 오류의 명백성을 음미하여 보기로 하자.

 

먼저 과세처분과 일반 행정처분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살펴보자. 과세처분 이외의 일반 행정처분은 대개 처분이 단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실관계라는 것을 별도로 의식할 필요없이 처분의 위법성 일반을 소송물로 하더라도 사실관계는 하나로 특정되어 있다. 건축허가나 거부처분은 건축을 둘러싼 단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한 과세단위는 무수한 사실관계가 관련될 수 있다. 00년 귀속 종합소득세는 소득자의 근로사실, 사업영위 사실 등등이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과세처분도 무수한 사실관계가 관련될 수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처분이라는 것은 항상 하나의 사실관계만 관련된다는 일반 행정처분상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여 과세처분도 처분이므로 하나의 사실관계만 관련되었으리라고 무의식적으로 전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가정이 잘못되었음은 명백하다. 매출누락사실이 발견되어 과세될 수 있고, 업무무관비용을 손금산입한 사실이 나중에 발견되어 또 과세될 수 있다. 00사업연도 법인세는 무수한 사실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00사업연도 법인세 과세처분이라는 옷을 입고 행해지는 과세처분도 무수한 다른 사실관계와 관련될 수 있다.

 

다음으로 부과과세방식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실관계와 실제 처분에서 고려된 사실관계를 혼동하였을 가능성을 살펴보자. 현재 세법은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 일부 세목을 제외하고는 신고납세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소득세도 부과과세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신고납세방식의 경우 신고로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처분청의 과세처분은 추가로 과세될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관련이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부과과세방식의 경우 처분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하여야 하므로 처분청이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통설과 판례는 과거 부과과세방식이 주류였던 세법하에서 과세처분은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하나의 과세단위에는 하나의 과세처분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신고납세방식에 적용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부과과세방식의 경우에도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하더라도 이 원칙은 처분청이 신의칙상 성실히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였다면 추후에 새로 발견된 사실관계에 대해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처분에서 고려된 사실관계가 다르다면 다른 처분으로 보아야 한다. 처분청이 파악된 사실관계의 일부에 대해 과세하고 나머지 일부에 대해 또 과세하였다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은 항상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며 처분시 과세단위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실제 처분에서 고려된 사실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속 등으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 상속세가 과세된다. 과세단위는 하나의 상속개시이지만 상속 등으로 이전되는 재산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처분청이 최초 부과처분시 명의위장 등으로 과세하지 못한 상속재산을 추후 발견하게 되어 과세하는 경우 최초 처분과 나중의 처분은 상속 등으로 이전된 과세대상 재산이 다르므로 다른 처분이다. 부과과세방식에서도 처분이 근거한 구체적 사실이 다르면 처분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처분은 항상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세처분의 성질이 확인적 행위라는 것과 관련된 오해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통설에 의하면 과세처분은 이미 객관적․추상적으로 성립한 납세의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여 확정하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정의된다.6) 납세의무는 과세단위별로 추상적으로는 이미 성립해 있으므로 그것을 확인하는 과세처분은 과세단위별로 정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확인적 행위도 구체적 사실을 떠나서는 처분이 되지 못한다. 통설은 ‘어떤 구체적 사실’에 대한 세법의 적용 결과 납세의무가 확정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처분은 사실에 대한 행정청의 법적 판단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이미 객관적․추상적으로 납세의무가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납세의무의 현실화를 위해선 어떤 과세요건사실과 관련한 납세의무인가가 밝혀져야 한다. 과세단위는 추상적 개념이다. 과세처분을 확인적 행위로 보더라도 과세단위나 그 과세단위와 관련된 무수한 사실들을 구체적 사실로 의제하거나 치환할 근거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 행하는 권력적 단독행위이다. 구체적 사실에 관한 행위라는 처분의 필수적 개념요소를 조세채무의 성립과 확정시기를 정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인 과세단위로 치환시킬 수는 없다. 하나의 과세단위가 하나의 과세처분이고 조세소송의 소송물이라는 통설과 판례는 처분개념을 왜곡시키고 있다. 조세소송의 모든 혼란은 처분개념에서 구체적 사실을 탈락시킨데서 비롯된다.

 

과세처분은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를 확인하는 행위이다. 세목별로 과세근거법률이 다르고 과세요건사실이 파악되는 방법이 달라서 납세자와 처분청이 다른 세목의 조세채무는 다른 처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세목의 조세채무는 다른 처분으로 보아야 한다. 어떤 사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그 사실이 법인세와 관련하여서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세만 과세된 경우에 소송물은 부가가치세로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처분청과 납세자는 부가가치세만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처분은 처분요건이 된 구체적 사실과 그에 대한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로 특정되는 것이지 과세단위로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세단위는 과세처분과 무관하다. 과세단위는 과세처분이 아니다.

 

 

3. 조세쟁송상 문제의 해결

 

과세단위가 과세처분이 아니며, 과세처분은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면 혼란스러웠던 조세소송의 제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과세단위를 기준으로 한 정당한 세액의 존부가 아니라 과세처분의 위법성이다. 과세단위로 특정되는 것이 아니라, 처분요건이 된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과 그에 대한 조세채무의 확인으로 특정되는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조세소송의 소송물로 보면 조세소송의 제개념들이 일관성 있게 설명될 수 있다.

 

1) 조세소송의 심판범위와 기판력

 

통설과 판례는 하나의 과세단위가 하나의 과세처분이라는 것과 행정소송의 소송물은 처분의 위법성 일반이라는 것을 결합하여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과세단위를 기준으로 처분세액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라고 한다.7)

 

통설과 판례에 의하면 기판력은 무한히 확장된다. 통설과 판례에 의하면 과세단위별 정당한 세액의 존부가 문제되므로, 처분이 행하여진 사실관계와 전혀 무관한 다른 사실관계도 그 과세단위의 세액과 연관되기만 하면 조세소송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주장 가능하게 된다. 통설이 말하는 소위 총액주의가 심판의 범위가 된다. 총액주의에 의하는 경우 한 과세단위 내의 실체적 세액 전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결이 이루어지는 결과 처분의 취소판결이 있으면 새로 탈루사실이 밝혀져도 과세관청은 추가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8) 예를 들어 처분청이 업무무관비용의 손금산입 사실로 00사업연도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조세소송에서 그 비용의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어 처분이 취소되었다면 추후 매출누락 사실이 밝혀져도 처분청은 기판력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분과 전혀 무관한 사실이더라도 과세단위의 세액과 연결되는 사실관계인 한 공격방어방법으로 주장 가능하였던 사실이므로 기판력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가?

 

통설도 이러한 결론의 부당성을 스스로 인정하여 취소된 종전처분의 과세요건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지 아니한 처분사유를 내세워 재처분을 하는 것은 별개의 처분으로서 기판력이나 기속력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거나9) 총액주의를 적용함으로써 현저히 조세정의에 반하거나 조세법률주의와 함께 조세법률관계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기본원리인 조세평등주의에 반하게 되는 구체적 사안의 경우에는 총액주의를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10) 이러한 주장들이 총액주의와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세처분이 근거한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을 처분의 요소로만 생각하면 이러한 총액주의의 문제점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총액주의는 과세처분 개념을 오해한 데서 발생한 전혀 무가치한 개념일 뿐이다.

 

쟁점주의도 마찬가지로 무가치한 개념이다. 쟁점주의는 심판범위를 과세관청의 처분이유와 관계되는 세액의 적법 여부로 한정하는 견해로서 과세처분의 취소소송은 과세관청이 처분시에 인정한 처분사유의 당부, 즉 개개 수입이나 경비의 존부 등만을 심판의 대상으로 하고, 그 인정이유나 근거가 다르면 별개의 처분으로서 소송물도 동일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11) 쟁점주의에 의하는 경우 구체적 사실은 동일하여도 처분근거조항이 달라지면 소송물이 다르게 되어 소송물이 지나치게 협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출을 처분청이 기부금으로 보아 손금부인하여 과세하였는데 법원이 기부금으로 보지 않더라도 처분청이 처분이유 변경을 통해 주장한 접대비로 볼 수 있어 동일 세액이 과세될 수 있는 경우 쟁점주의에 의하면 지출의 기부금 여부가 소송물이 되어 처분을 취소하여야 하고 처분청은 다시 접대비 조항으로 과세해야 한다. 쟁점주의는 일반 행정소송의 경우 처분의 위법성 일반을 소송물로 보는 것과 배치되며,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 가능한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도 불가능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총액주의나 쟁점주의는 과세처분 개념에서 ‘구체적 사실에 관한’이라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나타난 무의미한 개념들이다. 처분요건이 된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이 다르다면 다른 처분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에 근거한 처분이 소송물이 되므로 총액주의처럼 기판력이 다른 사실관계에 대해 확대될 이유가 없다. 일반 행정처분과 같이 과세처분의 위법성 일반을 소송물로 보면 쟁점주의와 같이 소송물이 처분사유로 축소될 필요도 없다.

 

과세단위가 아닌 과세처분이 소송물이므로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만이 심판의 범위가 되고 그것과 무관한 사실관계는 심판범위도 아니고 기판력도 미칠 수 없다.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구체적 사실과 그에 대한 법적용에 대해서 다투어야지 그것만 무관한 사실관계를 조세소송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 새로운 사실관계가 있으면 행정청의 법집행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에 대해 납세자가 불복하면 법원이 관여하는 것이 권력분립원칙에도 부합하며 행정청에 의한 권리구제가능성도 소멸시키지 않는다.

 

처분청이 매출누락 사실을 발견하여 00사업연도 법인세를 과세했다. 통설과 판례는 만약 00사업연도에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 사실이 있으면 매출누락에 대한 과세처분을 다투는 소송에서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 사실을 주장하여 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통설과 판례에 의하면 어떤 처분이 있으면 경정청구제도는 무의미한 제도가 된다. 처분에 대해서 다툴 때 모든 사실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정청구를 별도로 할 이유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누락 사실과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 사실은 별개의 무관한 사실이므로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 사실이 있으면 납세자는 경정청구를 통해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 사실을 주장해야 한다. 처분청이 업무관련비용 손금불산입을 인정하면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자는 구제된다. 처분청이 경정청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납세자는 거부처분에 대해 사법부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사법부가 처음부터 나설 이유가 없다. 사법부는 법을 직접 집행하지는 않는다. 행정부의 법집행을 전제로 그것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다. 경정처분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사실관계에 대해 바로 사법부가 법을 적용하는 것은 권력분립에 반한다. 적어도 처분과 관계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관계에 대한 법의 집행은 일차적으로 처분청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처분청이 조사할 사안을 사법부가 한다면 사법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권력분립의 취지에도 벗어난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처분청에서 구제받을 기회를 상실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소송물은 다툼의 대상이다. 당사자간 전혀 다투어진 사실이 없는 사실을 법원이 함부로 끌어들일 근거는 없다. 권력분립원칙을 지켜야 할 행정소송에선 더욱 그렇다. 과세단위는 과세처분과는 무관한 개념이며 과세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올바른 과세처분 개념과 그에 따른 소송물 개념을 제시하였으므로 이 글은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하의 논의는 조세소송의 소송물 개념에 대한 오해가 깊어 위의 논의만으로는 다른 오해들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2) 당초처분과 경정처분의 관계

 

통설과 판례는 과세단위를 처분으로 보므로 당초처분 후 동일한 과세단위에 대해서 경정처분이 행해진 경우 양 처분은 하나의 동일한 처분이 되어 양자의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통설은 역흡수설, 병존설, 판례의 태도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나뉘며 어느 견해 하나로 일관하여 소송대상을 확정하는 데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예외를 인정하는 경향이다.12) 판례는 증액경정처분의 경우 흡수설이고 감액경정처분의 경우 일부취소설의 입장에 있다.13)

 

통설과 판례는 동일한 과세단위를 근거로 하여 양 처분을 관련시킨다. 그러나 과세단위는 과세처분이 아니다. 동일한 과세단위에 대한 처분이더라도 처분이 근거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르면 양 처분은 무관한 처분이다. 도대체 처음부터 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과세단위가 같다고 왜 다른 처분의 관계를 따져야 하는가? 통설과 판례가 관계를 따졌던 이유는 과세단위를 과세처분으로 오인한데서 비롯된 것일 뿐 관계를 따지거나 맺어줄 어떤 이론적 정책적 근거도 없다.

 

단지 양 처분이 근거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같을 때만 통설의 학설대립이나 판례의 논의가 의미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경정처분은 실질적으로 당초처분을 수정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22조의2는 이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라 보아야 한다. 과세처분을 구체적인 과세요건 사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본다면 국세기본법 제22조의2 제1항이 증액경정은 당초 확정된 세액에 관한 이 법 또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병존설을 입법화한 것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감액경정처분은 일부취소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국세기본법 제79조 제2항은 審判請求를 한 處分보다 請求人에게 不利益이 되는 決定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통설에 의하면 과세기간은 과세단위가 되는데, 과세기간별로 불이익금지원칙이 적용되어 매우 이상한 결과가 발생되기도 한다.

 

어떤 법인의 비용계산방법이 세가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법인이 신고시 사용한 ㄱ방법에 의하는 경우 1기와 2기에 각각 500원의 법인세가 계산되었는데, 처분청은 ㄴ방법이 옳다고 하여 1기는 600원 2기는 600원으로 법인세를 계산하여 1기 법인세 100원의 경정처분과 2기 법인세 100원의 경정처분을 하였다. 그 법인이 1기 2기 경정처분 모두에 대해 불복하면서 ㄱ방법이 타당하고 ㄱ방법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는 ㄴ방법이 아닌 ㄷ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국세심판원은 ㄷ방법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 ㄷ방법에 의하는 경우 1기는 800원 2기는 300원의 법인세가 계산된다. 각 과세기간별 법인세를 과세처분으로 보아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는 경우 1기에 대해 처분청은 200원을 추가과세할 수 없어 600원이 세액으로 확정되고 2기에 대해선 300원이 세액으로 확정되어 과세처분 후 그 법인이 납부하는 세액 900원은 국세심판원이 판단한 정당한 세액인 1100원보다 적은 것은 물론 신고납부한 세액인 1000원보다도 적게 된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가? 실제 국세심판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각 과세기간별 법인세를 과세처분으로 보아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각각의 과세기간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도 국세기본법상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위배여부는 각 귀속연도별로 판단한다고 한다.14)

 

물론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처분권주의로 이해하면 납세자가 증액을 주장하였으므로 증액경정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국세심판원의 결정 후 처분청이 추가로 증액할 과세기간에 대해 증액경정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나, 여러 모호한 점이 발생하고 기속력 위배 여부 등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합리함이나 모호성은 결국 과세처분이 아닌 과세단위를 처분으로 본 원초적 오류에서 기인한다.

 

위의 예에서 처분은 구체적 비용지출 사실에 대해 세법에 따라 각 과세기간별 비용을 계산하여 과세기간별 법인세액을 확인하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처분은 하나이다. 처분세액이 각 과세기간별로 나누어진다고 하여 처분이 여러 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원피스 옷을 입어도 한 사람이고 투피스 옷을 입어도 쓰리피스 옷을 입어도 한 사람이다. 사람 수는 뇌의 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위의 예에서 비용계산방법이 뇌이고 각 과세기간은 단지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일 뿐이다. 따라서 국세심판원은 납세자가 주장이 ㄷ방법이 옳다면 납세자가 주장한 각 과세기간별 법인세액으로 경정하여야 한다. 어떤 과세기간에서 증액경정이 나타나더라도 총액으로 감액되므로, 위의 예에서는 1기 200원 증액경정과 2기 300원 감액경정의 결정을 하게 되어 총액 100원이 감액되므로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증액할 과세기간에 대해 증액경정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한 과세권을 침해하여 납세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게 된다.

 

처분청이 다른 사람의 상의와 하의를 주었고 납세자가 그것은 자기 옷이 아니니 자기의 상의와 하의를 주라고 했는데 납세자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국세심판원은 상의와 하의를 모두 바꾸어주어야 한다. 처분청이 잘못 준 다른 사람의 상의가 납세자의 상의보다 좋다고 상의는 그대로 입으라 하고 하의만 납세자의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상의와 하의는 한 벌로서 다른 사람의 상의와 납세자의 하의는 한 벌의 옷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이익변경금지는 처분 즉 한 벌의 옷에 적용되는 것이다.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법인세 처분을 과세단위라는 뜬금없는 칼로 마구 썰어서 분리된 각각에 불이익변경금지를 적용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4) 귀속시기에 대한 판단

 

어떤 소득의 귀속시기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납세자는 어떤 소득을 2기의 소득으로 보아 신고하였는데 처분청은 그것을 1기의 소득으로 보아 2기 법인세를 환급하고 1기 법인세를 과세하였다고 가정하자. 현재의 실무는 청구취지를 1기의 법인세를 취소하라는 것으로 하고 재결청이나 법원은 납세자의 주장이 타당할 때 즉 그 소득을 2기의 소득으로 보아야 할 때 1기의 법인세를 취소하라는 주문을 낸다.

 

이 경우 처분청의 과세처분은 어떤 소득의 발생이라는 구체적 사실에 대해 세법에 따라 그 귀속시기를 정하여 법인세액을 확인하는 것이다. 법인세액을 확인하는 형식이 2기 법인세의 감액경정과 1기 법인세의 증액경정이라는 두 개의 옷으로 나타난 것이지 처분이 두 개인 것은 아니다. 납세자가 청구취지를 어떤 식으로 적었든 소득의 귀속시기가 1기라는 사실에 반하는 처분을 취소시키라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청구취지는 1기 증액경정과 2기 감액경정 모두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납세자의 주장이 타당할 때 재결청이나 법원의 주문은 1기 증액경정과 2기 감액경정 처분 모두를 취소하는 것으로 함이 타당하다. 1기의 증액경정만 취소하는 것은 2기 감액경정의 취소에 약간의 모호함을 남겨 놓을 수 있다. 명백히 다투어진 사실에 대해 모호함을 남겨놓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업무무관비용이 아니라 하여 처분이 있었을 때 납세자의 신고가 타당하면 재결청이나 법원은 업무무관비용이라 하여 과세한 법인세액 전체를 취소하라는 주문을 낸다. 소득의 귀속시기 판단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납세자의 귀속시기 판단이 타당하면 그에 반하여 경정한 처분 즉 1기 증액경정과 2기 감액경정 모두를 취소시켜야지 현재와 같이 처분의 일부인 1기 증액경정만을 취소하여선 안된다.

 

현재의 실무는 역시 과세단위를 과세처분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한 처분이 여러 과세기간의 법인세액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처분이 여러 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옷의 개수에 따라 사람 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5) 감액경정처분은 다툴 수 없는가?

 

통설과 판례는 감액경정처분은 당초처분과 별개 독립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당초처분의 변경이므로15) 감액경정처분은 세액의 일부취소라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효과를 가져오는 처분으로서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초처분 중 감액경정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액경정처분이 당초처분의 사실관계와 다른 사실관계에 대한 처분일 경우에는 감액경정처분은 당초처분의 변경 즉 당초처분의 일부취소가 아니라 당초처분과 독립된 별개의 처분이며, 감액경정처분이 항상 납세자에게 유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므로 감액경정처분을 다툴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감액경정처분이 당초처분의 사실관계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처분일 경우나 납세자의 신고에 대한 감액경정처분인 경우에도 납세자에게 불리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액경정처분 자체를 다툴 수 있어야 한다.

 

감액경정처분이 납세자에 대해 불리한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기와 2기에 각각 1000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1기에는 각종 조세감면 등으로 10%의 세율이 적용되고 2기에는 20%의 세율이 적용되는 경우 비용은 2기에 귀속되는 것이 납세자에게 유리하다. 어떤 비용을 2기의 비용으로 보고 1기 법인세 신고시 그 비용을 손금으로 산입하지 않고 신고한 법인에 대해 그 비용이 1기의 비용이라 하여 1기 법인세를 감액경정하는 처분은 납세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처분이 된다. 이 경우 납세자가 수정신고하여 감액된 세액을 납부할 수 있으므로 쟁송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문제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국세기본법 제45조는 처분청의 경정전에 수정신고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정신고를 할 수 없으며, 설사 수정신고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소득을 1기로 본 처분청은 다시 감액경정처분을 할 것이므로 감액경정처분을 다투지 않고는 납세자의 구제는 불가능하다. 또 2기 법인세 신고시 2기의 비용으로 신고하고 처분청이 2기 법인세를 증액경정하는 경우 그 증액경정처분을 다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권리구제가 우회적이고 처분청의 판단이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가산세를 부담하여야 하는 위험이 납세자에게 발생하므로 이 주장도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납세자는 1기 감액경정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바로 판단받아 2기에 부담없이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세는 계속적인 경제생활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순히 증액이나 감액 여부로 납세자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다. 납세자가 증액을 주장하며 감액처분을 다투는 것은 그에게 실질적으로 법적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주장하는 법적 불이익이 법적으로 보호될 만한 가치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감액처분도 쟁송대상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더 많이 감액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감액결정을 다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원처분을 다툴 사안이기 때문이다.16)

 

6)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

 

통설과 판례는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심판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존부이므로 경정청구 당시나 그 거부처분에 대한 전심단계에서 주장하지 아니하였던 사유도 소송단계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17)

 

경정청구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거부처분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것인데, 통설과 판례는 그 과세단위의 세액에 영향을 주기만 하면 경정사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역시 과세단위를 처분으로 보는 오류에서 비롯된 잘못된 태도이다.

 

 

4. 결

 

과세처분은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행위라는 개념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통설과 판례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행위라는 필수요소를 제거하고 이를 단순히 형식적인 개념인 과세단위로 치환시키고 있다. 통설과 판례는 과세단위와 처분을 혼동하여 같은 과세단위에 대해선 하나의 처분만 존재한다는 오류를 범하여 조세소송을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 과세단위가 과세처분이 아니며, 과세처분은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면 혼란스러웠던 조세소송의 제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처분요건이 된 구체적 과세요건 사실과 그에 대한 어떤 세목의 조세채무 확인으로 특정되는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조세소송의 소송물로 보면 조세소송의 제개념들이 일관성 있게 설명될 수 있다.

 

과세처분은 무수한 사실관계와 관련된다. 일반 행정처분도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많은 사실관계와 관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관련 사실관계가 단일하거나, 단일하지 않더라도 처분시 처분청과 민원인에 의해 모두 고려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처분의 위법성 일반을 소송물로 보는 태도는 조세소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일반 행정처분에서도 처분의 위법성 일반을 소송물로 보는 경우 처분을 특정함에 있어 고려된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행위를 모두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즉 처분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실관계는 소송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건축허가 거부처분에 대해 민원인이 건축허가해야 될 예외적 사실관계가 있음을 소송에서 주장하는 경우, 그 사실은 민원인만 알고 있었고 민원인은 행정청에 대해 그 사실을 주장하지 않아서 처분시 처분청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았던 사실이라면, 법원은 양당사자가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처분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행정청이 기본적 동일성이 없는 사실관계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민원인도 기본적 동일성이 없는 사실관계를 토대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없어야 한다. 그래야 처분청이 일차적으로 법집행할 권한을 갖게 되어 권력분립원칙에 부합하고 국민의 권리구제기회를 침해하지 않게 된다. 새로운 사실관계를 법원이 판단하여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처분청에 의한 구제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가 된다.

 

 

 

 


1) 소순무, 「조세소송(2006)」, pp. 316-317. ; 고종주 “조세소송의 소송물과 심판의 범위”, 「특별법연구」 제5권, 법문사(1997) p. 223.


2)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299. ; 임승순 「조세법(2005)」, p. 304.


3) 홍정선 「행정법특강(2006)」, p. 188.


4)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17. ; 고종주 “조세소송의 소송물과 심판의 범위”, 「특별법연구」 제5권, 법문사(1997) p. 224.


5) 대판 2002.3.29, 2000두6084.


6) 임승순 「조세법(2005)」, p. 170.


7)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299. ; 임승순 「조세법(2005)」, p. 304.


8)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24.


9) 구욱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판결확정과 재처분의 가부”, 「인권과 정의」 제283호(2000.3.), p. 96.


10)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26. ; 고종주 “조세소송의 소송물과 심판의 범위”, 「특별법연구」 제5권, 법문사(1997) p. 211.


11)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24. ; 임승순 「조세법(2005)」, p. 304.


12)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05.


13) 소순무, 「조세소송(2006)」, pp. 306-310. ; 임승순 「조세법(2005)」, p. 311.


14) 대법2003두278, 2004.12.09  


15)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310.


16) 납세자가 감액을 주장하는 경우 감액경정처분은 세액의 일부취소라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효과를 가져오는 처분으로서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감액 후 남아 있는 원처분을 다투어야 하나, 납세자가 증액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감액경정에 대해 취소를 구할 이익이 있다.


17) 소순무, 「조세소송(2006)」, p. 97. ; 대판 2004.8.16. 2002두9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