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세무검증제(성실신고확인제)는 위헌이다

역사회복 2011. 6. 23. 14:51

세무검증제(성실신고확인제)는 위헌이다



1. 처음에 


이런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우울하다. 세무검증제를 실현시킨 멍청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세무검증제 이외의 다른 정책들도 추진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앞날이 암담하다. 우리는 송나라 양공이 지휘하는 병사들이다. 



2. 세무검증제가 성실신고를 하게 만들 수 있는가?


세무검증제는 세무대리인이 검증 대상 납세자의 세무신고를 검증하여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세무검증제의 조상들을 살펴보자.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전반까지 서면조사결정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세무대리인이 소득세 신고가 정당하다고 확인한 조정계산서를 첨부하면 소득표준율 이하로 신고 할 수 있고 세무조사 등 세무간섭도 배제하며, 세무대리인이 작성하는 조정계산서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계산서가 사실과 다르면 세무대리인을 징계하는 것이 이 제도의 내용이다. 이 제도도 세무대리인이 소득세 신고를 검증하여 소득세신고의 성실도를 제고하면서 행정력은 줄이자는 것이므로 성실신고확인제도와 같은 취지의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과연 소득세 신고가 성실해졌는가? 전혀 아니다. 이 제도는 세무대리인은 도장만 찍으면 거저 돈 벌고 불성실납세자는 세무대리인에게 돈만 바치면 세금도 적게 내고 세무조사도 안 받게 되는 제도로 기능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서면조사결정 제도 대신 80년대부터 법인세법에서 시행되던 외부조정제도라는 것이 등장했다. 이 제도는 세무대리인이 작성한 조정계산서가 없으면 불성실신고나 무신고로 보아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조정제도 대상 납세자는 스스로 신고할 수 없고 세무대리인이 신고를 대행해야만 신고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제도는 세무대리인이 국세청이 검토하기 이전에 한 번 검증하도록 하여 신고성실도를 제고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징계제도를 통해 세무대리인이 작성한 조정계산서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장치는 두고 있다. 이 제도도 신고성실도를 제고시키는 효과는 없고, 세무대리인 돈벌이 제도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세무검증제도도 서면조사결정제도나 외부조정제도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신고를 국세청이 검토하기 이전에 먼저 검토하여 신고하여야, 일단은 불성실신고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면조사결정제도는 너무 속보여 폐지되었다. 신고성실도 제고효과는 전혀 없고 세무사 배만 불려주고 세수만 떨어뜨렸다. 외부조정제도는 세무사 배는 불려주지만 세수를 직접적으로 해치는 효과는 없다. 그런데 세무검증제도는 1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하기 때문에 세수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 그렇게 문제가 많아 물서면이라 불리면서 폐지되었던 서면조사결정제도를 재탕하겠다는 것이 세무검증제도이다. 


도대체 세무대리인이 어떻게 자기 고객의 세무신고를 검증하여 성실신고를 시키겠는가? 그것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외부조정제도로도 충분하므로 세무신고검증제도 자체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송나라 양공은 세무대리인은 고상한 분들이라 검증을 시키면 국가의 과세권을 대행한다는 사명감에서 철저히 납세자의 신고를 검토하여 불성실신고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양공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의명분에 의해 움직이지는 않는다. 세무대리업계는 이윤동기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납세자는 어떻게 세금을 안전하면서도 적게 낼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충분한 경험이 있다. 세무대리인에게 국가의 과세권을 대행하도록 하여도 그들은 그런 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하였다. 성실신고 제고 효과는 전혀 없었다.


납세자의 세무신고를 검토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다. 공권력을 갖고 있는 국세청도 납세자의 신고를 검토하여 불성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세무대리인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제대로 국가의 과세권을 대행하여 검토하려는 세무대리인은 해고당할 것이다. 대충해서 검증도장 찍어주는 세무대리인이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없다. 벌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조사해서 과세한 것도 사법부 검토과정에서 많이 취소되는 것이 세무이다. 세무는 단순하지 않다. 세무대리인의 책임을 밝히기 매우 어렵다. 


세무검증제가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납세자의 세무협력비용은 증가한다. 세무대리인의 이윤도 증가한다. 신고성실도는 하락한다. 세무검증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려는 성실한 세무대리인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고 대충 하려는 세무대리인이 시장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수도 세액공제 때문에 감소한다. (만약 납세자의 세무협력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세수만 감소할 것이다. 세무대리인들은 지금 받고 있는 기장료와 조정료를 세무검증비용 명목으로 받아서 세액공제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제된 세액 만큼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이 나누어 가질 것이다.)


헌법이 요구하는 세제는 최소의 세무협력비용으로 최대한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세무검증제는 신고 성실도를 하락시켜 공평성을 저하시키고, 납세자의 세무협력비용은 늘리면서 세수는 줄이기 때문에 위헌이다. (만약 납세자의 세무협력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외부검증 대상 납세자에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어 평등에 반하고 아무 효용 없이 세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위헌이다.)



3. 세무검증제는 자기책임원리에 위반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볼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4.06.24, 2002헌가27)


신고납세제도에선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조세채무를 확정짓고, 신고가 없거나 신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과세관청의 결정 또는 경정에 의하여 세액을 확정하게 된다. 자기책임의 원리상 신고납세제도에서는 납세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한 신고를 하였을 때 납세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세무검증제는 납세자가 성실신고를 해도 세무대리인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면 불성실신고로 간주하여 가산세 등 여러 불이익을 준다. 납세자는 성실신고만 하면 되고 불성실 신고 여부는 국가가 검토하여야 한다. 세무검증제는 국가가 할 일을 근거 없이 납세자에게 떠맡기고 있어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 


조세관계는 국가와 납세자 사이의 관계이다. 세무신고는 납세자의 일이다. 그 신고를 검토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다. 신고를 검토하여 불성실신고가 확인되면 국세청장은 세법상의 제재를 부과하여 성실한 신고를 유도하면 된다. 불성실신고 할까봐 신고를 검토하는 국가의 일을 납세자에 떠넘길 수 없다. 세무대리인이 신고를 검토한다고 하여 성실신고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고 볼 근거도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세무검증 대상이 된 납세자는 다른 납세자와 달리 자기책임원칙에 반하여 세무대리인으로부터 세무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평등권이 침해당한다.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세무사의 용역을 구매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국민의 기본의무조차 스스로 이행할 수 없게 되어 인격권을 침해당한다. 세무신고 관련 정보를 사인인 세무대리인에게 공개해야 하므로 개인정보가 침해당한다.


4. 결


송나라 양공은 어리석었지만 자기 마음대로 했다. 지금의 양공은 무식하면 이익단체에 휘둘리게 된다. 서면조사결정제도 외부조정제도 신고검증제도 모두 세무대리인 집단에 휘둘려서 만든 위헌인 제도이다. 국가는 세금을 거둘 때는 더욱 더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국민의 권리가 조금이라도 불필요하게 침해되는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외부조정이니 신고검증이니 하면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세무대리인 돈 벌 구실만 만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즉시 외부조정제도와 신고검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