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라도 천년사」보다 가야 세계유산 등재 문제가 더 시급하다

역사회복 2023. 8. 9. 22:51

2023.5.3. 호남지역 국회의원 6인은 「전라도 천년사」가 식민사관에 기초하여 기술되었으므로 이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출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5.10. 진보당 광주시당, 전남도당, 전북도당도 「전라도 천년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현재 상태로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역시당도 2023.8.2.부터 「전라도 천년사」의 역사왜곡을 반대한다는 펼침막을 광주 곳곳에 내걸고 있다.

이들 정치권의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은 매우 타당하다. 그런데 「전라도 천년사」의 역사왜곡은 전라도 역사만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정치권의 대응 특히 국회의원 6인의 대응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현재 「전라도 천년사」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가야 백제 신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이다. 「전라도 천년사」와 같은 관점에 의해 즉 강단이 승계한 조선총독부의 소설에 의해, 한반도 남부의 문화유산이 「일본서기」에 나오는 열도의 지명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으며 한 두 달 내에 공식적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야 백제 신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전라도 천년사」와 정확히 동일한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즉 두 사업은 모두, 「일본서기」 신공 49년의 신라 7국을 임나 7국으로 날조하며, 임나의 북쪽에 바다가 있다고 하는 「일본서기」의 문언과, 한반도의 가야가 멸망한 후에도 약 100년간 외교와 전쟁을 하는 임나를 기술하고 있는 「일본서기」의 내용을 무시하고, 임나를 가야라 우기면서 「일본서기」에 나오는 열도의 이야기를 한반도 남부의 이야기로 날조하는 강단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 결과 백제와 신라의 고분군까지 가야의 고분군이라 날조되고 있으며, 가야 백제 신라의 지명이 아닌 「일본서기」에 나오는 열도의 지명에 의해 우리 고분군이 명명된 상태이다.

추진단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고분군 7곳은, 추진단의 표현에 의하면, 금관가야(김해 대성동 고분군), 아라가야(함안 말이산 고분군), 비화가야(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소가야(고성 송학동 고분군), 다라국(합천 옥전 고분군), 대가야(고령 지산동 고분군), 기문국(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인데,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창녕은 가야가 아니었다. 창녕은 낙동강 동쪽이어서 가야가 될 수 없고 신라에 속한다. 장상갑은 창녕 교동·송현동고분군에는 경주의 신라나 낙동강 동안의 여러 지역집단과 유사한 물질자료가 확인되며 다른 가야의 중심세력과 달리 화려한 금공품이 다수 부장되고, 토기양식도 신라적이라 한다(장상갑,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의 계층구조”, 「가야고분군 연구총서 6권」, 248쪽). 김태식도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의 유물은 모두 신라 양식 권역에 해당된다고 한다(김태식, 「사국시대의 가야사 연구」, 서경문화사, 2014, 185쪽). 또한 창녕이 가야라고 하는 문헌근거도 전혀 없다. 일연은 명시적으로 비화는 창녕이 아니라고 했다(『삼국유사』 「기이」 5가야). 『삼국사기』에 의하면, 화왕군(창녕)은 본래 비자화군(또는 비사벌)인데 진흥왕 16년(555)에 하주(下州)를 설치한 곳이며, 강양군(합천)은 신라가 진흥왕 16년(555)에 가야의 비사벌을 점령하여 완산주를 설치한 곳이다. 즉 비사벌이라는 지명은 가야에도 있었고 신라에도 있었는데 가야의 비사벌은 합천이고 신라의 비사벌은 창녕이다.

​둘째,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합천의 가야 지명은 비사벌이지 다라가 아니다. 『삼국사기』에 의해 합천의 가야 지명은 비사벌임이 명백함에도 추진단은 합천을 「일본서기」에 나오는 열도의 지명인 ‘다라’로 명명하여 조선총독부의 소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 소국의 지명은 일본 열도에 정착한 한반도 이주민의 소국 이름이므로 열도의 지명이지 한반도의 지명이 될 수 없다.

​셋째, 남원은 가야가 아니다. 추진단이 기문국이라 주장하는 남원의 고분에서는 백제계의 금동신발, 청동거울, 계수호가 출토되었다(배기동, 「백제의 땅에서 왜 가야의 유적이, 미궁의 ‘전북 가야’ 미스터리」, 한국일보). 지방세력에게 하사하는 위세품이 백제의 것이라면 당연히 그 지역은 백제가 지배한 지역이지 가야일 수가 없다. 토기와 무덤의 구조 등을 근거로 남원 고분을 가야계 고분이라 하면서 남원을 가야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토기나 무덤의 구조는 지배세력이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토착적 문화이며, 토기나 무덤양식이 같아도 지배자에 따라 백제가 지배한 곳은 백제가 되고, 가야가 지배한 곳은 가야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추진단은 위세품이 기문국이 백제와 교역한 증거라고 주장하는데, 위세품은 백제의 지방통제방식이므로 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추진단의 말에 의하면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일본열도 등 백제의 위세품이 나온 곳도 백제의 영토가 아니라 백제와 교역한 독립국이 되어 백제의 영토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또 일본서기에 나오는 ‘기문’이라는 지명도 일본 열도에 정착한 한반도 이주민의 소국 이름이므로 열도의 지명이지 한반도의 지명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추진단은 백제와 신라의 고분을 가야의 고분이라 하고 있으며, 열도에 정착한 한반도 이주민의 소국명을 가야의 지명이라 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 소국들이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고 하는 「전라도 천년사」의 관점 즉 조선총독부의 소설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치권이 「전라도 천년사」가 문제가 있어 그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면, 당연한 후속조치로 가야 백제 신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즉시 중단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지역당은 중앙당에 당장 세계유산 등재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해야 하며 국회의원 6인은 즉시 세계유산 등재 중단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전라도 천년사」에 정당하고 올바른 문제의식을 표출한 정치권은 그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가야 백제 신라 고분군을 임나의 지명으로 날조하여 추진하는 세계유산 등재사업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 졸속으로 날조된 역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게 되면, 우리의 국격과 우리의 역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전라도 천년사」에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이들 훌륭한 정치인들의 분발을 촉구하여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