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보현십원가-상수불학가 해독

역사회복 2026. 4. 8. 07:58

 

상수불학가 해독

 

 

 

안녕하세요. 오늘은 균여의 보현십원가 중 여덟 번째 노래, 상수불학가(常隨佛學歌) 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상수불학(常隨佛學) 은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운다' 는 뜻입니다. 보현보살의 열 가지 서원 중 여덟 번째 서원이에요.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바로 벗(友)입니다. 앞선 <청불주세가>에서도 부처님을 우리를 인도하는 '벗'이라 불렀죠.

이것은 부처님을 저 멀리 높은 곳의 신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닮고 싶고, 함께 정진하고 싶은 역동적인 동반자로 본다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과거 수많은 생 동안 닦아오신 그 힘든 고행의 길을, 나도 '친구'처럼 묵묵히 좇겠다는 아주 겸손하면서도 강한 다짐인 것이죠.

 

먼저 노래 전체를 읽어볼게요.

 

우리 부처님

모든 지난 세상 닦아오신

난행고행의 원을

나는 모두 좇는 벗입니다.

 

몸은 죽어 부숴져 티끌이거니

목숨을 베풀 나이에도

그렇게 함을 떠맡으리.

모든 부처님도 그러하셨구나.

 

아! 불도 향한 마음 아래

다른 길로 아니 빗겨 가네.

 

전체 흐름을 말씀드리면,

 

1행부터 4행은 다짐의 선언입니다. 부처님이 수많은 세상에서 닦아오신 난행고행의 원을 자신도 좇는 벗이라는 선언입니다.

 

5행부터 8행은 모든 부처님처럼 죽는 순간까지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9,10행은 불도를 향한 마음 아래 다른 길로 빗겨가지 않겠다고 재차 다짐합니다.

 

 

이제 한 줄씩 살펴보겠습니다.

 

1행부터 4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我仏体 우리 부텨

皆 往焉 世呂 修將來賜留隱 모ᄃᆞᆫ 니건 누리 닷디니오시론

難行苦行叱 願乙 난행고행ㅅ 원을

吾焉 頓部叱 逐好 友伊音叱多 난 돈부ㅅ 좆호 벋이ᇝ다

 

'我仏体아부처'는 '우리 부처님' 입니다. '我아'를 '나의'가 아니라 '우리'로 읽는 거예요.

 

2행 '修將來수장래'의 將來장래는 현재완료의 의미입니다. 즉 과거부터 지금까지 닦아오셨다는 뜻이에요. '留로'는 매개자음 'ㄹ'과 의도형 어미 '오'가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전체를 풀면 '모든 지난 세상 닦아오신' 입니다. 부처님이 수많은 과거 세상에서 닦아오신 수행을 가리켜요.

 

4행 '逐好조초' 뒤에 '隱은'이 생략되어 있어요. '나는 모두 좇는' 의 의미입니다.

 

'友伊音叱多벋이ᇝ다'에서 '友우'는 '벋', 즉 '벗' 으로 읽어요. '伊이'는 계사 '이'입니다. 즉 '벗입니다' 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어요. 계사가 들어간 명사형의 서술어라 하여 당위의 뜻이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이러한 형태는 공손한 표현입니다. 청불주세가에서 부처님을 벗으로 표현했는데, 여기서는 자신을 부처님의 원을 좇는 벗이라고 표현해요. 벗은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됩니다.

 

 

5행부터 8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身 靡只碎良只 塵伊去米 몸 ᄡᅳ러딕ᄇᆞᅀᅡᆨ 드틀이거ᄆᆡ

命乙 施好尸 歲史中置 명을 베폴 나시ᄒᆡ두

然叱皆 好尸 卜下里 그럿ᄀᆡ 홀 디냐리

皆 仏体置 然叱為賜隱伊留兮 모ᄃᆞᆫ 부텨도 그럿ᄒᆞ신이로혜

 

5행 '靡只碎良只미지쇄량지'는 박재민의 연구를 따라 'ᄡᅳ러딕ᄇᆞᅀᅡᆨ'으로 읽고 '죽어 부숴져' 로 풀이합니다.

 

'塵伊去米''드트리거매'는 '티끌이거니' 로 풀이합니다. '거다'는 동작이나 상태가 확정되거나 완료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예요.

 

 

6행 '施好尸시호시'에서 '施시'의 고훈이 '베프'예요. 따라서 '베폴' 로 읽어야 합니다. '施시홀'로 읽을 수는 없어요.

 

'歲史中置나시ᄒᆡ두'에서 '歲세'는 나이의 뜻이 있고, 나이의 사투리가 '나시'예요. 따라서 歲史세사를 '나시' 로 읽고 '나이' 로 풀이합니다. '歲史세사'를 '사이'로 풀이하는 견해도 있는데, 歲세와 '사이'가 무관하고, 칭찬여래가 8행에서 '사이'는 間간으로 표기하고 있으므로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죽는 순간'이라는 말은 있어도 '죽는 사이'라는 말은 없었어요.

 

따라서 '목숨을 베풀 나이에도' 목숨을 바쳐야 할 나이가 되어도 라는 뜻입니다.

 

7행 '卜下里복하리'는 안민가에서 살펴본 것처럼 '떠맡으리' 로 풀이합니다.

 

8행 '然叱為賜隱연질위사은'은 '그러하심'이고, '伊이'는 계사 '이'예요. '留兮유혜'는 감탄의 의미입니다.

 

9, 10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城上人 佛道 向隱 心 下 아야, 불도 아ᇫᄋᆞᆫ ᄆᆞᅀᆞᆷ 아래

他道 不冬 斜良只 行齊 타도 안ᄃᆞᆯ 빗걱 녀져

 

'下하'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下하'를 호격으로 보는 견해가 있어요. 즉 '마음이여'처럼 마음을 직접 부르는 표현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자기 마음에 존칭 호격을 사용하는 것은 어색합니다.

 

도천수관음가 6행, 찬기파랑가 2행, 처용가 5·6·7행에서 모두 下하를 '아래' 로 읽어야 문맥이 통해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수불학가는 보현십원가 중에서 가장 강한 의지가 담긴 노래입니다.

 

몸이 티끌이 되고 목숨을 바칠 나이에도 난행고행을 떠맡겠다는 다짐, 그리고 불도 향한 마음 아래 다른 길로 빗겨가지 않겠다는 결단 이 두 가지가 이 노래의 핵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제 책 ‘한국학 기초’를 참조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