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보현십원가-청불주세가 해독

역사회복 2026. 4. 7. 20:44

 

청불주세가 해독

 

 

 

안녕하세요. 오늘은 균여의 보현십원가 중 일곱 번째 노래, 청불주세가(請佛住世歌) 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청불주세가는 부처님께 세상에 머물러 달라고 비는 노래입니다. 교화의 인연이 다해 떠나시려는 부처님을 붙잡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이 노래의 마지막은 흥미롭습니다. 우리 마음의 물이 맑으면 부처님의 그림자가 응한다는 말로 끝을 맺어요.

 

먼저 노래 전체를 읽어볼게요.

 

모든 부처님

비록 교화의 인연이 다해 떠나시나

손을 부비고 울면서라도

세상에 머물기를 사뢸 테야.

 

새벽으로, 아침 까마득한 밤에

인도하실 벗이어서 서럽구나.

이 때가 다하니

길 잃은 무리야, 아프구나.

 

아! 우리 마음의 물 맑으면

불영 아니 응하시리.

 

전체 흐름을 말씀드리면,

 

1행부터 4행은 부처님을 붙잡는 간청입니다. 교화의 인연이 다해 떠나시려는 부처님께 세상에 머물러 달라고 빕니다.

 

5행부터 8행은 부처님이 떠나시면 새벽 즉 깨달음으로 인도하실 벗을 잃게 되어 길 잃은 무리는 서럽고 아프다는 것입니다.

 

9, 10행은 부처님이 떠나셔도, 우리 마음이 맑으면 부처님의 그림자가 우리 마음 속에 계실 거라는 것입니다.

 

이제 한 줄씩 살펴보겠습니다.

 

1행부터 4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皆 仏体 모ᄃᆞᆫ 부텨

必于 化緣 尽 動賜隱乃 비루 화연 다아 뮈시나

手乙 寶非 鳴良尒 손ᄋᆞᆯ 부비 울어곰

世呂中 止以支 白乎 䓁耶 누리ᄒᆡ 그치기 삷오 ᄃᆞ야

 

'鳴良尒''울어곰'은 '울면서라도' 로 풀이합니다.

서경별곡에 '우러곰 좃니노이다'라는 표현이 있고, 월인석보에도 '우러곰 몯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용례들에서 '우러곰'은 '울면서도'나 '울면서라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손을 부비고 울면서라도 부처님을 붙잡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표현이에요.

 

'止以支''그치기'는 읽고 '머물기' 로 풀이합니다. 원문에서 '友우'를 '支지'의 오자로 보고 수정한 부분이에요.

 

5행부터 8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曉留 朝 于萬 夜未 새배로 아ᄎᆞᆷ 가만 바ᄆᆡ

向屋賜尸 朋知良 閪尸也 앗오실 버디어 셜야

伊 知 皆矣為米 이 디 다ᄋᆡᄒᆞᄆᆡ

道尸 迷反 群良 哀呂舌 길 이ᄫᅳᆫ 물아 애리혀

 

'曉留새배로'는 '새벽으로' 로 풀이합니다. '曉留'를 '샐'로 읽는 견해도 있는데, '留'가 'ㄹ'로 사용되는 경우가 없어 문제가 있어요. 따라서 '새배로'로 읽는 것이 타당합니다. 새벽은 깊은 밤이 끝나고 밝아오는 시간이에요. 부처님이 미혹의 어둠에서 깨달음의 새벽으로 인도하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閪尸也' '셜야'는 '서럽구나' 로 풀이합니다. 즉 부처님이라는 벗을 잃게 되어 서럽다는 표현이에요.

 

7행에서 '知지'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知皆矣지개의'를 '알긔'로 읽고 '이를 알게 되니'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견해는 문제가 있습니다. 상수불학가에서 '그렇게 즉 그럿ᄀᆡ'를 然叱皆연질개로 표기하고 矣가 첨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知지'는 '디'로 읽고 '때' 로 풀이합니다. 안민가 4행과 8행에서도 知지가 '디'로 읽혀 '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伊 知 이 지'는 부처님이 살아 계시는 현세를 의미합니다. '皆矣為개의위'는 '다ᄋᆡᄒᆞ'로 읽어요. 월인석보와 법화경에서 '다ᄋᆡ디'가 '다하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다ᄋᆡᄒᆞ다'가 그 이전 형태로 사용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 때가 다하니'는 부처님이 살아 계시는 때가 다한다는 뜻이에요.

 

'哀呂舌''슬리혀'를 '슬프리라'로 보는 견해는 '呂(리)'를 설명하지 못하고, 슬픈 감정을 미래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부적절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추측한다면 감탄형으로 끝내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됩니다.

 

올바른 해독은 '애리혀'입니다. 애리혀는 '아프구나'입니다. 현재도 다수 지역에서 '아리다'의 방언으로 '애리다'가 쓰이고 있어, 당시에도 '애리다'가 사용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어요. '혀나 여'는 탄식의 의미입니다.

 

9, 10행 원문은 이렇습니다.

 

落句 吾里 心音水 淸䓁 아야, 우리 ᄆᆞᅀᆞᆷ믈 ᄆᆞᆰᄃᆞᆫ

佛影 不冬 應為賜下呂 佛影 안ᄃᆞᆯ 應ᄒᆞ샤리

 

9행은 마음을 물에 비유하고 있어요. 맑은 물에 달이 비치듯, 마음이 맑으면 부처님의 모습이 비친다는 거예요.

 

9,10행은 노래 전체의 핵심이에요. 부처님을 세상에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은 우리 마음속이라는 거예요.

 

청불주세가는 부처님을 붙잡는 간절한 노래이면서, 동시에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노래입니다.

 

손을 부비고 울면서라도 머물러 달라고 했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마음이 맑으면 부처님의 그림자가 응한다고 해요. 부처님을 이 세상에 붙잡으려 했는데, 결국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은 우리 마음속이라는 거예요.

 

더 자세한 내용은 제 책 ‘한국학 기초’를 참조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