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와 관련된 부가가치세 쟁점 검토
1. 서
구매자가 소량을 자주 구매하는 물품(이 글에서는 재화와 용역을 포괄하여 '물품'이라 한다)의 판매촉진을 위해 도입된 방식이 마일리지이다. 구매시 가격을 낮추어 주어도 다음 구매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자는 구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시키고 이를 다음 구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서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일리지는 본질상 부가가치세법상의 에누리이다.
그런데 2010. 2. 18. 신설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8조 제14항은 마일리지에 의한 결제금액을 과세표준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다. 또한 동 시행령은 사업자가 직접 적립해 준 마일리지만을 규정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마일리지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동 시행령은 마일리지 관련 부가가치세를 오히려 혼돈상태로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마일리지에 대한 부가가치세 관련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마일리지의 종류
마일리지는 물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어 다음 구매시 적립된 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촉진방식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급자가 자기가 공급한 물품에만 적립과 할인을 하는 경우이다(이 글에서는 '공급자 적립 마일리지'라 한다). 대형마트의 회원카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의 형태는 다른 공급자가 부여한 적립금액을 할인해 주고 할인액은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공급자로부터 받는 경우이다(이 글에서는 '제3자 적립 마일리지'라 한다). 신용카드회사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물품 공급자는 신용카드 회사가 부여한 마일리지로 지불 받고 마일리지 할인액은 신용카드사로부터 수취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신용카드 회사는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마일리지 형태가 발생한다. 세 번째의 형태는 전문 마일리지 서비스 업체에 의해 적립과 할인이 운영되는 경우이다(이 글에서는 '전문업체 적립 마일리지'라 한다). 주유카드나 오케이캐쉬백카드와 같이 전문업체가 다수의 공급자를 연결하여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공급자 개별로 마일리지를 운영하면 판매촉진효과가 없으나 공급자가 연합하여 공급 물품이나 공급 장소가 다양해지면 판매촉진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 번째의 형태가 발생한다.
3. 공급자 적립 마일리지 검토
2010. 2. 18. 마일리지에 관한 시행령이 신설되기 이전에, 정부는 마일리지를 과세되는 경우와 에누리로 보아 과세되지 않는 경우로 구분하고 있었다. 시행령은 과세되는 경우에 대해서 예규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규정하여 시행령 신설로 달라진 점은 없다. 재정부와 국세청의 예규는 마일리지 결제액을 과세표준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마일리지가 에누리의 기준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과세표준에서 제외시킨다.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고 받은 대가이다. 따라서 공급한 물품의 대가에서 차감되는 에누리액과 할인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공급한 물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공급받은자의 판매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은 공급한 물품의 대가와는 무관하므로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정부가 마일리지 적립액 자체를 에누리하는 경우는 에누리로 보지 않고 마일리지 적립액이 에누리의 기준으로 되는 경우에 에누리로 보는 것은 모순이다. 양자 모두 공급한 물품의 대가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양자는 모두 단골에 에누리해주기 위한 방안이다. 에누리 방법이 특정률이면 에누리이고, 적립된 마일리지이면 에누리가 아니라고 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적립된 마일리지만큼 공제하는 것이 더 에누리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예규는 아무런 설명이나 근거도 없이 적립액을 공제하는 경우를 에누리에서 제외하고 있다.
시행령은 에누리를 물품의 '공급조건'에 따라 공급가액에서 공제하는 금액이라 정의하고 있다. 양자의 경우 공급조건이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자. 정부가 에누리로 보는 일정률 공제의 경우, 공급조건은 '일정 금액 이상의 마일리지를 적립한 고객에게 공급하는 경우'가 된다. 정부가 에누리로 보지 않는 적립액 공제의 경우, 공급조건은 '적립한 마일리지가 있는 고객에게 공급하는 경우'이다. 양 공급조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에누리 대상인 단골 고객을 정한다는 점에서 양 공급조건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 공제하는 금액에서 차이가 있는가? 시행령은 공제되는 일정액을 에누리라 규정하고 있다. 일정 비율의 금액이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오히려 마일리지 적립액을 공제하는 경우가 시행령의 규정에 더 부합한다. 물론 일정 비율의 금액은 에누리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마일리지 적립액을 공제하는 경우를 에누리가 아니라 할 근거를 시행령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일리지는 '물품을 무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며 금전적 가치가 있으므로 물품의 대가에 포함되어야 하고, 따라서 과세표준에 포함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의하더라도, 양 경우 모두 마일리지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권리에 해당되므로 양자를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공급자 적립 마일리지의 경우, 그것이 금전적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공급자가 무상으로 부여했던 것이므로 공급자가 그것을 회수할 때도 공급자의 대가를 상향시키지는 못한다.
부가가치세법의 과세표준은 대가이다. 대가는 공급자가 물품을 공급하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단골에게 깎아주기 위해 만든 것이 마일리지다. 깎아주었으면 깎아준 만큼은 받지 못했다. 받지 못한 것을 대가라고 하면서 과세표준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예규는 마일리지를 재화로 지급하는 경우 이를 사업상 증여로 보아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마일리지를 적립시킨 주된 거래의 대가에 포함된 것이므로 별도의 부가가치세가 과세될 수 없다. 이 경우는 단골에게 덤을 준 것이다. 덤을 준 것에 별도의 부가가치세가 과세될 수는 없다.
한편, 사업자가 상품권을 할인발행하고 물품의 대가로 상품권을 받는 경우, 예규는 상품권 할인액을 에누리로 보고 있다. 사업자가 물품의 대가로 수취한 금액은 상품권 할인액이 제외된 금액이므로 이는 타당한 법해석이다.
4. 제3자 적립 마일리지 검토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사업자는, 고객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마일리지로 결제 받은 사업자에게 사전 약정에 따라 일정한 현금을 지불한다. 즉 거래는 고객과 물품을 공급한 사업자간 이루어졌고,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사업자가 고객 대신 물품 공급자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물품을 공급한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마일리지를 적립한 사업자로부터 받은 대가이다.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사업자의 과세표준은 마일리지가 사용될 때 고객 대신 지급한 금액만큼 감액된다. 공급조건에 따라 공급가액에서 공제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비자로부터 제3자가 발행한 상품권을 물품의 대가로 받는 경우, 과세표준은 상품권의 액면금액이 아니고 상품권 관련 계약에 따라 공급자가 상품권 발행자에게 상품권을 제시하고 받는 금액이 될 것이다.
5. 전문업체 적립 마일리지 검토
전문업체 적립 마일리지도 본질상 제3자 적립 마일리지이다. 제3자가 다수여서 마일리지의 적립과 사용을 위해 가입 공급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마일리지 제도를 관리하는 전문업체가 있다는 것만 제3자 적립 마일리지와 다르기 때문이다.
거래는 고객과 물품을 공급한 사업자간 이루어지고, 마일리지 관리업체는 고객이 결제한 마일리지에 상당하는 금액을 고객 대신 물품 공급자에게 지불한다. 물품을 공급한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금액과,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업체를 대신하여 마일리지 관리업체가 주는 금액을 합한 금액이다.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사업자의 과세표준은 마일리지가 사용될 때의 공급자에게 마일리지 관리업체를 통해 주는 금액만큼 감액된다. 그러나 마일리지 관리업체에 주는 마일리지 관련 수수료는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물품 거래의 대가와는 무관하므로 과세표준에서 감액될 수 없을 것이다.
6. 결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나타날 때, 그 거래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마일리지의 본질은 에누리이다. 본질에 맞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여야 한다. 제3자 적립 마일리지는 에누리로 보면서 공급자 적립 마일리지는 에누리로 보지 않는 현재의 법집행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7. 여론: 신용카드 선지급 마일리지를 활용한 계열사 지원
2008년 10월 27일과 11월 3일자 서울파이낸스 기사에 의하면, 한 자동차회사가 선지급 마일리지를 통해 계열관계인 카드회사를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회사가 제휴신용카드를 일정금액 이상 사용하는 조건으로 차량대금을 20만원에서 50만원까지 할인하는데, 할인액의 70%를 자동차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는 할인액의 70%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 고객이 제휴신용카드를 일정금액 이상 사용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업체는 신용카드회사이지 자동차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열관계가 없는 신용카드사와 자동차회사가 제휴하는 경우, 신용카드회사가 카드 사용을 조건으로 마일리지를 선지급하고 이를 자동차 구매시 사용하게 하는 경우 신용카드회사가 마일리지 할인액 전액을 자동차 회사에게 지급하고 있다. 할인액의 70%를 자동차회사가 부담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행위이다.
자동차회사는 할인액의 70%를 에누리로 처리하여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하고 있다(소비자로부터 받은 금액과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할인액의 30%를 더한 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리는 부당행위이므로 인정될 수 없다. 자동차회사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할인액 전체를 더한 금액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회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신용카드 사용)을 공급조건으로 하는 할인을 에누리로 인정할 수는 없다. 과세당국은 이를 에누리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개별 과세정보는 공개되지 않으므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언론이 두 번에 걸쳐 취재한 후 후속보도가 없다는 것은 과세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과세당국의 부가가치세법상의 에누리에 대한 무지가 어떤 사건에서는 부당하게 과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어떤 사건에서는 불공정행위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똑같이 무식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사건에 대해 국회에 불공정행위가 아니라 보고했다고 한다(위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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