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풍요 해독

역사회복 2026. 3. 30. 15:44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라 향가 중 하나인 풍요(豊謠)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풍요는 현재 전해지는 향가 25수 중에서도 가장 짧은 작품 가운데 하나로, 단 4행으로 이루어진 민요 형식의 노래입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으며, 신라 시대 사람들이 절을 지을 때 흙을 나르며 함께 불렀던 노동요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원문을 보겠습니다.

來如 來如 來如 오에 오에 오에.

來如 哀反 多羅 오에, 셜ᄫᅳᆫ 多羅.

哀反 多矣 徒良 셜ᄫᅳᆫ 多의 물아,

功德 修叱如良 來如 공덕 닷ㄱ에라 오에.

 

1행,

來如 來如 來如 / 오에 오에 오에,

來如오에는 '와요'를 뜻하는 향찰 표기입니다. '오에'라고 읽히며, 같은 표현이 세 번 반복됩니다. 이 반복은 단순한 강조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흙을 나르며 노동하는 현장에서, 박자를 맞추고 흥을 돋우는 노동요의 리듬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기존 견해는 來如오에의 如에를 다로 읽는데, 말이 되지 않습니다. 고대의 우리말인 고대 타밀어에서 ‘에’는 종결어미입니다. 풍요에서도 來如는 ‘오에’로 읽고 ‘와요’로 읽어야 말이 됩니다. ‘에’는 강강술레와 풍요에서 모두 청유형 종결어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2행,

來如 哀反 多羅 / 오에 셜ᄫᅳᆫ 多羅,

哀反셜ᄫᅳᆫ은 '서럽다'는 감정을 나타내며, '셜ᄫᅳᆫ', 즉 현대어로 '서러운'으로 읽힙니다.

多羅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고통과 번뇌로 가득 찬 사바세계(娑婆世界) 를 가리키는 불교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행,

哀反 多矣 徒良 / 셜ᄫᅳᆫ 다의 물아.

여기서 주목할 것은 多矣다의입니다. 多다는 앞서 나온 多羅(다라)를 줄여 표현한 것입니다.

徒良은 '무리야', 즉 부리를 부르는 말로, '물아'로 읽힙니다.

따라서 이 행은 "서러운 세상의 무리야", 즉 고통받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직접 부르는 표현입니다.

 

4행,

功德 修叱如良 來如 / 공덕 닷ㄱ에라 오에.

 

修叱如良닷ㄱ에라의 如良에라는 목적의 연결어미입니다.

如여를 加가의 오자라 하거나, 如여의 훈이 ‘ᄀᆞᆮ’이라 하면서 修叱如良닷ㄱ에라를 ‘닷ᄀᆞ라’로 읽는 견해가 있으나, 근거는 불확실합니다.

良라를 명령형 어미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서러운 세상의 무리에게 오라고 반복하여 말했으면 그 이유가 나와야 하므로, 良라를 명령형 어미로 보는 것은 문맥상 부자연스럽고, 그 경우 修叱如良닷ㄱ에라 다음의 ‘오에’도 이상하게 됩니다.

 

전체를 현대어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와요, 와요, 와요

와요, 서러운 세상

서러운 세상의 무리야

공덕 닦으러 와요

짧지만 강렬한 이 노래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함께 공덕을 쌓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는 두 가지 층위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는 노동의 현장입니다. 신라 사람들이 절을 지으며 함께 부른 노래로, 반복되는 후렴은 일하는 이들의 발걸음과 박자를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는 불교적 세계관입니다. 서러운 세상, 즉 사바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덕을 쌓을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노동 자체가 공덕이 되고, 그 공덕이 서러운 세상을 건너는 방편이 된다는 신라인의 삶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오늘은 신라 향가 풍요(豊謠) 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제 책 ‘한국학 기초’를 참조해 주세요.

다음 시간에도 우리 고전 문학의 깊은 세계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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